게임이야기

발매 이후 폭발적인 인기, 둠 - 3

수잔이 2022. 5. 25. 16:14

둠은 발매 직후 대학교나 회사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둠의 네트워크 게임을 통한 트래픽 역시 폭발하여 
그 당시 느려터지고 제한된 사내 회선을 마비시키거나 업무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했다. 
둠에 빠지는 바람에 한 학기를 버리는 대학생들도 있었으며 
심지어 국익을 위해 일하는 연구소같은 곳들 마저도 하라는 연구는 안 하고 
둠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업무 시간 내 둠 게임 금지 규칙이 생기고 
둠 파일을 찾아 삭제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드 소프트웨어는 둠 개발 당시 
당시 시장을 지배하던 대기업 게임 회사들과 유통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둠은 초기 2년 동안 셰어웨어 정품 등록을 통해서만 판매했다. 
게임 공개 초창기에는 셰어웨어를 다운받은 사람 중 1%의 사람만이 
정식 버전으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10만 달러 규모의 주문이 들어왔다고 한다. 
1995년에 이르러서야 에피소드 4를 추가한 '얼티밋 둠'이 뒤늦게 소매점에 등장하였다. 
오히려 후속작인 둠 2가 소매점에 더 일찍 등장했으며, 
GT 인터랙티브가 유통한 둠 2는 PC판 기준으로 미국에서만 200만 장 정도의 커다란 판매고를 올렸다.


1995년 후반을 기점으로 둠의 셰어웨어는 마케팅에만 수억 달러를 쏟아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95보다 더 많은 컴퓨터에 설치된 상태였으며, 
이러한 유명세는 빌 게이츠로 하여금 이드 소프트웨어 인수까지 고려하게끔 하였다. 
그 대신 둠은 윈도우 95를 게임 플랫폼으로써 홍보하는 데 널리 사용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에서는 둠만큼 윈도우를 홍보할 수 있는 게임이 없었기에 
둠의 윈도우 이식은 간절한 일이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드에게 둠의 윈도우 이식을 부탁했을 당시에 
이드는 'MS-DOS에서 잘 돌아가는 게임을 윈도우로 이식할 이유가 없다'는 식으로 거절했는데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럼 우리가 이식한다. 당신들은 아무 것도 할 필요없다.'고 
다시 제안했고 이드는 '그럼 문제없다'고 답하면서 둠의 윈도우 이식이 성사되었다. 
윈도우 95의 홍보 영상 중에는 둠을 배경으로 빌 게이츠가 직접 등장하여 
좀비맨을 샷건으로 날려버리는 영상도 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 둠의 인기는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거의 종교적인 의식에 가까웠다고 한다. 
윈도우 프로그래머였던 게이브 뉴웰도 그 중 한 명으로, 
둠에 심취한 나머지 윈도우 95용 둠 포트인 '둠 95'의 제작을 주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동료였던 마이클 애브래쉬가 퀘이크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이드 소프트웨어에 입사하는 걸 보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 밸브 소프트웨어를 설립한다. 
그리고 밸브 소프트웨어는 2년 후 하프 라이프를 발매하여 
이드 소프트웨어가 오랫동안 군림하던 FPS의 판도를 뒤집어 놓는다.


먼 훗날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홍보 목적으로 유명한 게임 회사를 인수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바로 마인크래프트의 모장 스튜디오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각종 VR/AR/3D 프린팅 등 신기술 실증 목적으로 지금도 잘 쓰이고 있다. 
이 방면의 기술들을 대중들에게 설명하는데 
마인크래프트만큼 간단하고 인지도 높고 알기 쉬운 소재도 그리 흔치는 않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드 소프트웨어를 인수합병했다면 
아마 둠가이는 오늘날까지도 다이렉트X 신버전 데모에서 훌륭한 대화 실력을 보여주실 것이고 
엑스박스 플랫폼의 간판 3D 게임도 헤일로가 아니라 둠 시리즈였을지도 모른다. 
흥미롭게도 머나먼 세월이 흐른 뒤 이드 소프트웨어는 
2009년에 제니맥스 미디어에 인수되었고, 
이후 그 제니맥스 미디어를 다시 마이크로소프트가 2020년에 인수함으로서 
비록 빌 게이츠 본인이 직접 이행한것은 아니지만 
빌 게이츠가 먼 옛날 고려했었던 이드 소프트웨어 인수는 결국 30년만에 이루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