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에도 서술되어 있지만 중독성이 엄청난 게임이다. 
그래픽이나 사운드 등의 감각적 요소에 상관없이 
그 시스템이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몰입도 높은 게임은 
현실과 혼동될 정도로 빠져들게 된다는 이론의 가장 좋은 사례다.


학기 중에 친구가 연락이 안 돼서 걱정이 된 나머지 자취방에 찾아가 봤는데, 
산더미처럼 쌓인 컵라면 용기 옆에서 퀭한 눈으로 
FM을 하고 있는 폐인을 발견했다는 일화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다행히도 부족한 수면과 준영양실조 때문에 강제로 사람과 컴퓨터를 분리하고 
쉬도록 제압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하여튼 너무 빠져들면 곤란해진다. 
시험은 물론이고 취업에도 실패하며, 
심지어는 이혼을 당할 수도 있다. 
축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한 영국에서는 이 게임이 이혼 사유가 되기 때문에 
과부제조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남성잡지 GQ가 뽑은 "20대에 해선 안 될 것" 2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참고로 1위는 마약이었다.


유럽 리그는 고사하고 월드컵 국대 경기조차 별로 관심없던 사람이 
심심해서 FM을 시작해 봤다가, 
FM은 물론이고 유럽 축구 중계도 매일 보는 막장의 길로 간 경우가 수두룩하다.

고수가 되어도 쉽게 끊을 수 있는 방법으로 
맨시티처럼 중동 오일 머니의 도움을 받는 것이 있다. 
이러면 첫 시즌에 좋다는 선수들은 모조리 사고 트레블을 밥 먹듯이 하면서 
질리게 되고 결국은 게임을 끊게 된다. 
대신 고수가 되니 심심하다면서 다 망한 리즈 유나이티드, 블랙번, 포츠머스 같은 팀이나 
하부 리그 팀, 아니 프로조차 아닌 세미프로 6부 리그 내지는 아마추어 10부 리그 팀을 
열정적으로 키워 최고 리그로 올려 트레블 달성도 하는데 이러면 진짜 못 헤어나온다.

이렇게 FM으로 축구에 입문한 사람들 가운데 대다수는 정상적인 축구 팬이 되지만, 
일부는 그야말로 FM으로 축구 배운 축빠가 되어 
현실 축구 선수들을 FM 스탯으로 평가하는 짓을 하기도 한다. 
사실 축구 보다가 내가 잘 모르는 선수가 나왔을 때 FM 켜고 스탯 검색해 본 경험 정도는 
모든 FM 플레이어들이 가지고 있지만, 
이런 FM빠들은 모든 평가 기준이 게임 스탯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한 마디로 삼국지 시리즈의 장수 능력치 가지고 
정사 삼국지의 실존 인물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하여튼 이런 사람들은 팬덤 안에서도 까인다.


예1: 웨스 모건 속도 왜 이렇게 느려? 이러니 레스터 수비가 창렬이지. 
     → 웨스 모건은 상당히 빠른 선수에 속한다.
         전반적인 주력은 느리지만 순간 속도는 한때 EPL 8위를 기록할 정도이다. 
         파트너 로베르트 후트도 30km/h가 넘어가는 주력으로 몸집에 비해서 빠른 편이다. 
         다만 둘 다 민첩성과 가속력이 떨어질 뿐이다.
예2: 손흥민 주력과 순간속도가 15/15라고?!?!

그런데 사실 FM 능력치 가지고 축구 선수를 판단해도 어느 정도는 아귀가 맞는다는 게 아이러니이다.
애초에 능력치 자체가 실제 스카우터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이미 평균 이상의 신뢰성이 보장되어 있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멘탈 능력치 같은 눈에 안 보이는 능력치면 몰라도 
기술, 신체 같이 눈에 보이는 능력치는 현실과 꽤 싱크로율이 높은 편이다.

Posted by 수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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