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소프트웨어 아티스트였던 에이드리언 카맥은 병원 아르바이트 일을 하면서
다양한 시체를 본 경험을 갖고 있었고,
평소 오컬트에도 적잖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어두운 취향은 둠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잔혹한 비주얼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
둠은 그 당시 무척 사실적인 그래픽을 갖추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적들을 단순히 쏴 죽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말 그대로 뼈와 살이 분리되거나
내장이 튀어나오는 잔혹한 고어 표현을 넣었다.
당시 표현 수준의 한계를 고려하면 극도로 잔인하긴 했다.
코믹스 판도 "아, 전기톱! 훌륭한 대화수단이지!"와 같은 개그적인 대사가
너무 부각되어서 묻혔을 뿐이지 장면 하나 하나는 매우 잔인하다.
약한 적들을 로켓 런처, BFG 9000, 버서크 주먹 등으로 공격하면
갈비뼈가 다 튀어나온 채로 새우 튀김 모양으로 엎어져 죽는다.
바론 오브 헬, 카코데몬 등은 존나 큰 내장이 튀어 나와 죽는다!!
하필이면 둠이 발매된 1993년 12월은 모탈 컴뱃을 주축으로 한 게임의 폭력성 문제로
미국 의회에서 청문회가 벌어지던 시기였으며,
당연히 둠은 발매 이후 청문회에서 관련 논쟁 시 단골로 등장하는 샌드백이 되었다.
둠을 발매하기 하루 전인 1993년 12월 9일,
모탈 컴뱃의 폭력성을 비난한 조셉 리버먼 의원은 둠에 대해서도 크게 비난했다.
이에 게임 업계에서도 스스로 게임을 규제해야만 했고,
결국 1994년에 오락 소프트웨어 등급 위원회를 개설해
현재까지 이어지는 게임 등급 분류를 도입했다.
훗날 1999년에 벌어진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의 주동자들이 둠의 광팬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미 의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사에 대한 유족들의 피해 보상 소송은 패소로 끝났다.
미국 법원은 이 게임이 문제라면 모든 술과 담배 등도 금지하고
그것들로 인한 피해를 배상해야 할 것이며,
이 게임이 진짜 폭력을 유발한다면 더 많은 사건이 벌어졌을 것이라면서 패소 이유를 밝혔다.
정작 둠이 처음 기획되던 때에는 몇몇 데스신들이 너무 잔혹하다는 이유로 삭제되었다.
평범하게(?) 피 흘리며 쓰러지는 기존의 것 외에도,
목이 잘려 쓰러져 죽거나 몸이 위아래로 찢겨서 내장이 다 흘러나오는 연출도 있었다.
이건 먼 훗날 사용자들이 브루탈 둠을 통해 구현되며 둠 리부트에서 글로리 킬의 형태로 등장한다.
둠이나 모탈 컴뱃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돼서 그렇지
스플래터 하우스 등 잔인한 게임들은 둠 이전부터 있어왔고,
ESRB 설립 이후에도 꾸준히 개발되었다.
둠과 모탈 컴뱃 시리즈도 이어졌고, 맨헌트, 포스탈, 헤이트리드 등
새로운 게임들이 사회 일각에서 비난받은 바 있다.
그러나 1993년의 둠이나 모탈 컴뱃만큼 사회/정치적으로 크게 이슈되었으며
제도를 뜯어고치게 만든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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